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도시 티레를 대규모 공습해 최소 8명이 숨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에서 발생한 미군 아파치 헬기 격추 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군사적 대응을 시사해 중동 긴장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부득이하게 이 공격에 대응해야 한다"고 보복 의지를 내비쳤다. 미 당국자들은 이란의 자폭형 샤헤드 드론이 헬기를 격추한 것으로 초기 조사 결과 파악됐다고 밝혔으며, 해군은 무인 수상 드론을 투입해 2시간여 만에 승무원들을 구조했다.
다만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반응이 이전의 강경 발언과는 거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전면전 재개를 피하려는 속내를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국면을 의식해 이란의 도발이 반복될 때마다 상황을 축소하거나 무마하려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이란은 헬기 격추 사실을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명의로 "우리 영토 인근에 주둔한 외국 군대는 항시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위험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이 떠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바논 전선도 긴장을 더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티레 전역에 대피령을 내린 뒤 공습을 단행해 주거 지역과 기반시설에 피해를 입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티레에서는 약 10만 명의 주민이 대피에 나섰지만 임시 대피소는 빠르게 포화 상태에 이르렀으며 "갈 곳이 없다"며 도시를 떠나지 못한 주민도 상당수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모든 지역에서의 휴전 준수를 촉구했지만,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에 대한 타격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며 "이란 본토 깊숙한 곳에 뼈아픈 타격을 입힐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간 전략적 이해가 벌어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 장기화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크다.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35%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이란전 비용이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25%에 그쳤다.
미 당국자는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에서 정치적 입지를 위해 전쟁이 지속돼야 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정치적 입지를 위해 전쟁이 끝나야 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비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당신은 곧 혼자가 될 거야"라며 미국의 지원 철회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공중 작전을 몇 주 이상 지속하려면 미국의 지원과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레바논 전선 향방에 따라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공습을 재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레바논 상황이 종전 협상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 유가는 긴장 고조 속에서도 제한적 변동을 보였다.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5%까지 하락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 시사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했지만, 전날 대비 3% 하락한 약세 흐름을 유지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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